중국 황산은 한국 여행객들에게도 익숙한 관광지입니다. 하지만 황산까지 가서 산만 보고 돌아온다면 조금 아쉬울 수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황산 여행을 눈으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차까지 맛보아야 비로소 여행이 완성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황산 여행은 크게 산행과 하산 후 시내 관광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산에서 기암괴석과 운해, 소나무가 어우러진 절경을 감상한 뒤 시내로 내려오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 툰시옛거리(屯溪老街)입니다.800m가 조금 넘는 옛거리 양쪽에는 휘파(徽派) 양식의 전통 건축물과 고풍스러운 찻집, 음식점, 특산물 가게들이 이어집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꼭 권하고 싶은 것은 현지 찻집에 앉아 천천히 차 한 잔을 마셔보는 일입니다.오늘은 황산을 여행한다면 한 번쯤 맛볼 만한 차를 소개해 ..
황산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말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황산에 오르고 나면 천하에 더 구경할 산이 없다.”명나라의 유명한 여행가 서하객(徐霞客)이 황산의 절경을 극찬하며 남긴 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저 역시 오래전 그의 발자취를 따라 황산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서하객은 평생 중국 곳곳을 여행하며 산천과 풍물에 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의 『서하객유기(徐霞客遊記)』를 읽다 보면 차(茶)에 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그렇다면 그가 그토록 감탄했던 황산의 차에 대해서는 어떤 기록을 남겼을까요?궁금한 마음에 『유황산일기(遊黃山日記)』를 찾아 읽어보았지만 의외였습니다. 황산의 차에 대한 이야기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그런데 황산에는 서하객과 차를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가 ..
오늘은 토요일. 모처럼 느긋한 아침이다.가벼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며칠 전 일본에 사는 동생이 보내온 조센차(上煎茶)를 꺼냈다.겉포장은 소박한 일본 전통 종이 포장이다. 그러나 안쪽을 열어보니 은박 포장으로 꼼꼼하게 밀봉되어 있다. 좋은 센차임에도 포장이 화려하지 않다. 대신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쓴 정성이 느껴진다.‘과연 어떤 향과 맛일까?’차를 우리려는데 마침 TV에서 중국 황산(黃山)이 나온다.그 순간 일본 센차를 들고 있던 내 머릿속에 엉뚱하게도 오래전 황산에서 만났던 차 한 잔이 떠올랐다.냉동실에서 망쳐버린 황산 모봉차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무렵, 나는 황산을 여행한 적이 있다.그곳에서 황산을 대표하는 녹차인 황산모봉(黃山毛峰)을 만났다. 서호용정(西湖龍井), 벽라춘(碧螺春)과 함께 중국..
"차도 와인처럼 숙성될까?""모든 차는 오래될수록 맛이 좋아질까?""왜 30년 된 보이차는 그렇게 비쌀까?"차를 처음 접했을 때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보이차가 오래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모든 차도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차가 될 것이라 믿었습니다.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중국 주재 시절, 항저우 출장 중, 용정차 산지인 옹가산(翁家山)에서 품질 좋은 용정차를 1kg 구입했습니다. '몇 년 묵히면 더 귀한 차가 되겠지.' 하는 기대를 품고 베이징으로 가져와 소중히 보관했습니다.주변 중국 친구들은 하나같이 "녹차는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신선할 때 마시는 것"이라며 빨리 마시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래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약 2년 반이 지난 뒤 차를 꺼내..
무더운 여름밤, 시원한 냉침차나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차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에 저녁에는 차를 멀리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그렇다면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숙면을 포기해야 할까요?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차의 종류와 우리는 방법, 마시는 시간을 조금만 신경 쓰면 여름에도 차를 즐기면서 편안한 밤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차를 마시면 왜 잠이 오지 않을까?차가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카페인 때문입니다.카페인은 각성 작용을 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반감기가 약 4~6시간 정도입니다. 따라서 오후 늦게 마신 차의 카페인이 밤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반면 ..
차를 마신다는 것은 단순히 갈증을 해소하는 일이 아니다. 향을 마시고, 시간을 마시고, 그 순간의 분위기를 함께 음미하는 일이다.그런데 녹차를 우리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말을 듣는다."녹차는 80℃ 정도의 물로 우려야 가장 맛있다."왜 하필 80℃일까? 다만 80℃는 모든 녹차에 똑같이 적용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찻잎의 품종과 채엽 시기, 잎의 크기, 가공 상태와 원하는 맛에 따라 알맞은 온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이 글에서 말하는 80℃ 전후는 녹차를 부드럽게 즐기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으로 이해하면 좋다.오늘은 그 이유를 차를 마셔온 경험과 알려진 과학적 근거로 함께 살펴보려 한다.끓는 물로 우렸던 첫 녹차처음 차를 접했을 때만 해도 나는 물의 온도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물만 끓으면 그대..
물만 바뀌었는데 차 맛이 달라졌다작년 항저우에 있는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친구는 호포천(虎跑泉) 샘물로 우린 용정차를 내어 주었다. 차는 맑고 부드러웠으며, 입안에 은은한 단맛과 시원한 여운이 오래 남았다.서울로 돌아온 뒤 같은 찻잎으로 다시 차를 우려 보았다. 물 온도와 우림 시간도 비슷하게 맞췄지만, 항저우에서 마신 맛은 좀처럼 나지 않았다. 향은 답답했고, 차 맛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탁한 느낌도 남았다.달라진 것은 물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차를 맛있게 우리기 위해서는 찻잎만큼 물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육우가 말한 좋은 물다성(茶聖) 육우는 약 1,200년 전 『다경』에서 차를 우릴 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산에서 나는 물이 가장 좋고, 강물이 그다음이며, 우물물은..
여름에는 왜 냉침차가 더 맛있을까?한여름에는 뜨거운 차보다 시원한 음료를 먼저 찾게 됩니다. 그렇다고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를 자주 마시기는 부담스럽지요. 이럴 때 가장 좋은 선택 가운데 하나가 바로 냉침차입니다.냉침은 찻잎을 차가운 물에서 오랜 시간 천천히 우려내는 방법입니다. 뜨거운 물로 우리면 쉽게 우러나는 떫은맛 성분은 상대적으로 적게 나오고,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향이 살아나는 것이 특징입니다.저 역시 여름이면 거의 매일 냉침차를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마십니다.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 않으니 한 번 따라 해 보시기 바랍니다.냉침차 준비물준비물추천내열 유리병1.5~2L 정도의 넓은 입구 제품물가정용 정수기 물 1.5L찻잎녹차, 자스민차, 우롱차, 홍차 등저는 1.8L 내열 유리병을 사용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