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개항장의 일본전통목조건물 카페 '팟알'에서 나와 경사진 길을 따라 서쪽으로 수십 미터쯤 걸어가면 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이 나온다. 이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마치 다른 국경을 넘듯 분위기가 반전되며 알록달록한 인천 차이나타운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평소에도 현지인과 중화권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한 곳이지만,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둔 요즘은 명절 특유의 설렘이 더해져 인파가 더욱 북적인다. 거리 양옆을 가득 채운 붉은색과 노란색의 화려한 중화풍 건물들은, 햇볕과 비바람을 견디며 차분하고 어두운 톤을 지켜온 개항장 거리와 대조를 이루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개항장에서 차이나타운으로: 이국적인 붉은 거리 속 九九萬多福(구구만다복) 차이나타운 입구에 들어서 얼마 겉지 않아 독특한 대만 특색 디저트 카페인 ..
지난 주말, 인천 개항장을 찾았다가 ‘팟알’이라는 오래된 카페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잠시 기다려볼까도 했지만, 공간을 제대로 둘러보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듣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결국 다음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렸다.일주일 뒤인 9월 12일, 다시 팟알을 찾았다. 이번에는 일부러 영업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 30분에 맞추어 방문했다. 손님이 몰리기 전에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고, 기회가 된다면 대표님과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28분.가게 출입구 미닫이문이 열리더니 단정하게 머리를 올린 중년 여성 한 분이 밖으로 나와 입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래된 일본식 목조건물의 문을 열고 나오는 그 모습을 보는 순..
가을바람을 따라 찾아간 찻집여름 내내 기승을 부리던 폭염이 한풀 꺾였다. 9월의 첫 주말인 어제는 하늘도 제법 높아졌고, 어느덧 가을을 알리는 선선한 바람도 느낄 수 있었다.가벼운 점심도 해결할 겸 우리의 수제 대추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인천 개항장을 찾았다. 목적지는 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 동쪽에 자리한 수제차와 떡으로 유명한 찻집 ‘관동오리진(關洞五里珍)'이었다.입구에 심어진 나무는 예전보다 훌쩍 자라 가지가 한층 풍성해졌다. 그 때문인지 간판이 나뭇잎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관동오리진은 일본식 목조 건물을 찻집으로 개조한 나지막한 2층 건물로, 현재는 1층만 영업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오래된 건물에서 느껴지는 고즈넉한 정취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두 사람이 겨우 비켜 지나갈 만한 작은 현..
나는 손님에게 차를 대접할 때에는 정성껏 다례를 갖추지만, 여름철 집에서 혼자 차를 마실 때에는 주로 투명한 유리컵을 사용한다. 개완조차 잘 꺼내지 않는다.목이 조금 긴 유리컵에 80℃ 안팎의 물을 붓고 녹차 한 꼬집을 넣으면, 찻잎은 물 위에 잠시 머물다가 천천히 가라앉는다. 우려내는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는 어렵고 때로는 떫은맛도 나지만, 간편한 데다 찻잎이 물속에서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그런데 오늘은 여느 때와 달리 보이차를 꺼냈다. 그리고 내가 20년 넘게 애지중지 길러 온 무명 자사호에 차를 우렸다. 이 작은 자사호에는 중국 자사예술의 거장인 고(故) 왕인선(汪寅仙) 대사와 얽힌 특별한 사연이 있다.왕인선 대사와의 만남왕인선 대사를 처음 뵌 것은 2005년 6월 무렵이었다.당시 나는..
나와 황차의 특별한 만남나와 황차의 첫 만남은 아쉬움이 가득했던 산행 길 끝에서 시작되었다.2008년 베이징에서의 오랜 주재 생활을 마치고 귀국을 준비하던 무렵이었다. 중국 생활을 정리하기 전 마지막 여행지로 쓰촨성(四川省)의 아미산(峨眉山)을 선택했다. 중국 4대 불교명산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지만, 내심 청두(成都)의 찻집과 거리에서 편하게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고 싶었다.마침 차에 조예가 깊은 경주 순금사(舜琴寺) 초안 스님께서 중국 성지순례 중이셨기에 기꺼이 동행길에 올랐다.그해 4월 말, 셔틀버스와 케이블카를 이용해 해발 3,000m가 넘는 금정(金頂)에 올랐다. 그러나 날씨가 우리 편이 아니었다. 짙은 구름과 안개가 산을 뒤덮어 눈앞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결국 아쉬움을 뒤로한 채..
대만 여행을 떠올리면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날까요? 야시장과 길거리 음식, 다양한 식도락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차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대만 여행에서 꼭 한 번 맛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차가 있습니다.바로 우롱차의 하나인 동방미인(東方美人, Oriental Beauty Tea)입니다.오래전부터 만나고 싶었던 ‘미인’저와 동방미인의 인연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중국 샤먼에 사는 친구 덕분에 우롱차 가운데 먼저 무이암차인 대홍포(大紅袍)를 알게 되었고, 그 무렵 대만에는 ‘동방미인’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우롱차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이름부터 마음을 끌었습니다.‘언젠가 대만에 가면 꼭 현지에서 마셔봐야지.’그렇게 생각한 지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지난해 7월 출장차 드디어..
30여 년 전, 저는 베이징에서 우연히 용정차를 만나 차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중국 샤먼으로 출장을 갔다가 말로만 듣던 대홍포(大紅袍)를 처음 맛볼 기회가 있었습니다.처음에는 찻잎의 색에 눈길이 갔습니다. 얼핏 보면 검은색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두운 녹색과 갈색, 붉은색이 함께 섞여 있었습니다. 차를 우리자 이번에는 향에 반했습니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아, 이 차는 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좋아할 수 있겠구나.’그때 함께 있던 중국 친구가 설명해 주었습니다.“대홍포는 무이암차(武夷岩茶)의 하나이고, 청차(青茶)에 속해. 이런 계열의 차를 흔히 우롱차(烏龍茶)라고 하지.”대홍포, 암차, 청차, 우롱차…. 이름이 왜 이렇게 복잡할까요?오늘은..
오래전 제가 베이징에서 생활하던 시절의 일입니다.처음 찻가게에 들어갔을 때 선반 위에는 ‘녹(綠)·백(白)·황(黃)·청(靑)·홍(紅)·흑(黑)’이라고 적힌 차통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그 모습을 보며 저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중국차는 색깔에 따라 나누는구나.”하지만 차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그것이 단순한 색깔 분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대표적인 예가 홍차입니다. 중국에서는 붉을 홍(紅)자를 써서 ‘홍차(紅茶)’라고 하지만, 영어권에서는 Black Tea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중국의 ‘흑차(黑茶)’는 영어로 Dark Tea라고 표현합니다.이처럼 이름만 보면 조금 혼란스럽습니다.그렇다면 중국의 6대 차는 무엇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일까요?핵심은 찻잎의 색이 아니라, 찻잎을 어떻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