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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개항장의 일본전통목조건물 카페 '팟알'에서 나와 경사진 길을 따라 서쪽으로 수십 미터쯤 걸어가면 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이 나온다. 이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마치 다른 국경을 넘듯 분위기가 반전되며 알록달록한 인천 차이나타운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평소에도 현지인과 중화권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한 곳이지만,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둔 요즘은 명절 특유의 설렘이 더해져 인파가 더욱 북적인다. 거리 양옆을 가득 채운 붉은색과 노란색의 화려한 중화풍 건물들은, 햇볕과 비바람을 견디며 차분하고 어두운 톤을 지켜온 개항장 거리와 대조를 이루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개항장에서 차이나타운으로: 이국적인 붉은 거리 속 九九萬多福(구구만다복)

붉은 색조의 차이나타운 거리에 위치한 구구만다복
인천 차이나타운 구구만다복

 

차이나타운 입구에 들어서 얼마 겉지 않아 독특한 대만 특색 디저트 카페인 '九九萬多福(구구만다복)' 앞을 지나게 되었다. 입구 배너에 한글로 적힌 "대만 국민차 - 동아차"라는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호기심에 끌려 발걸음을 멈추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1층은 출입문과 창문을 활짝 열어둔 개방형 구조였는데, 이미 디저트를 즐기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진열대에는 수십 종의 대만식 디저트가 비치되어 있었고, 다가오는 중추절(仲秋節)을 맞아 중화권 명절 대표 디저트인 '월병'도 특별히 마련되어 있었다.

주방에서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직원 세네 명이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고, 카운터 위 검은색 메뉴판은 다양한 음료 목록으로 빼곡했다. 전문 다도는 아니었지만 2층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앤틱과 모던이 어우러진 2층 공간과 차이나타운 테라스 뷰

2층 적별돌 벽면 인테리어
구구만다복 2층 적벽돌 벽면 인테리어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적벽돌로 쌓아 올린 내벽체가 고풍스러운 느낌을 풍겼다. 벽에 걸린 감각적인 모던 그림 액자들과 적벽돌이 어우러져 묘하고 멋스러운 조화를 이루었다.

전체적으로 약 3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며, 한쪽에는 10여 명이 편안히 앉을 수 있는 대형 소파 석도 마련되어 있었다. 특히 2층 테라스 자리에 앉으면 차이나타운 거리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오가는 인파와 붉은빛 중국식 건물들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기에 제격이었다.

붉은 색조의 차이나타운 거라
2층 테라스에서 한눈에 안겨오는 차이나타운 거리뷰

 

호기심이 부른 한 잔: 대만 국민 음료 '동아차(동과차)'의 진실

2층 창가에 자리를 잡고, 호기심을 자극했던 동아차 한 잔과 작은 월병 2개를 주문했다. 월병을 보니 과거 중국 베이징에 거주할 때 추석마다 중국인 친구들에게 선물받았던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잠시 바깥 풍경을 구경하는 사이 주문한 메뉴가 탁자에 차려졌다. 찻잔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속에서 진하고 깊은 단향이 느껴졌다. 찻탕의 색은 짙은 적갈색이라 찻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는데, 어딘가 눈에 익은 색감이었다. 대만인들이 그토록 사랑한다는 동아차는 과연 어떤 맛일까?

마음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한 모금 머금었다.

"어? 이건 동과차(冬瓜茶) 맛인데?"

다시 한 모금 마셔보았다. 은은한 탄 향과 당밀의 진한 풍미가 묵직하게 배어 나오는 맛. 동과(겨울박)를 썰어 흑설탕과 함께 푹 끓여 만드는 대만의 '동과차'가 분명했다. 궁금한 마음에 위키백과를 검색해 보니, 대만 현지에서 사용하는 '동과차(冬瓜茶)'를 국내에 소개하며 '동아차'로 표기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과차인 줄 미리 알았더라면 무조건 시원한 냉차로 주문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몇 년 전 대만 여행 당시 야시장에서 마셨던 얼음 동동 띄운 동과차의 진한 단맛과 시원한 회감(回甘: 입안에 깔끔하게 남는 단맛)이 기억 속에서 새록새록 떠올랐다.

적갈색을 띠는 대만 국민 음료 동아차 찻잔과 월병
짙은 적갈색을 띠는 대만 국민 음료 동아차 찻잔과 오인(五仁)월병

베이징의 추억과 오인(五仁) 월병의 묵직한 고소함

이어 디저트로 곁들일 월병을 한 조각 입에 넣었다. 당일 제조한 것인지 겉피는 아주 부드러웠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물자 호두, 아몬드, 해바라기씨, 참깨, 람인(欖仁: 올리브 씨앗) 등 다섯 가지 견과류와 설탕이 꽉 찬 오인(五仁) 월병의 맛이 입안을 채웠다.

견과류가 너무 빽빽하고 고소한 탓에 개인적인 입맛에는 다소 무겁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뜨겁고 달콤한 동아차에 기름지고 고소한 오인 월병을 곁들이니, 단맛과 느끼함이 배가되어 조화가 아쉬웠다. 오인 월병에는 쌉싸름한 핫 녹차나 탄산음료가 훨씬 잘 어울릴 듯하다. (물론 식감과 고소함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최고의 월병이겠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의 차이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중국 전통 월병 종류 완벽 정리

중국에서 추석(중추절)에 즐겨 먹는 전통 월병은 속에 들어가는 '소'의 종류에 따라 크게 단맛과 짠맛으로 나뉜다. 취향에 맞는 월병과 음료를 매칭하면 훨씬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1. 단맛 소 월병
    연용소(蓮蓉): 홍콩 및 광둥 지역을 대표하는 소로, 연꽃 씨앗(연자)과 삭힌 달걀노른자를 넣어 만든다. 식감이 매우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팥소(豆沙): 팥을 곱게 으깨어 만든 소. 때때로 진피(말린 귤껍질)나 장미 꽃잎을 추가해 그윽한 향을 더하며, 연용소보다 묵직하고 당도가 높은 편이다.

오인소(五仁):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소. 호두, 아몬드, 해바라기씨, 참깨, 올리브 씨(欖仁) 등 5가지 견과류에 설탕에 절인 동과와 돼지비계(빙육)를 섞어 만든다. 고소함과 씹히는 식감이 뛰어나다.

대추소(棗泥): 씨를 뺀 대추를 볶아 으깨 만든 소. 진한 대추 향이 나며 달콤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아 북방 지역에서 즐겨 먹는다.

  1. 짠맛 소 월병
    고기 월병(鮮肉月餅): 쑤저우(수주)식 월병의 대표 주자로, 돼지고기 소를 채워 넣는다. 겉은 페스츄리처럼 바삭하고 속은 따뜻한 육즙이 풍부하다.

달걀노른자(蛋黃): 염지한 오리알 노른자를 넣는 방식으로, 단짠의 조화를 위해 단맛 소 월병에 보조 재료로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아쉬운 조합이었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카페를 나서며

뜨거운 동아차와 오인 월병이라는 약간의 '주문 미스'에 대한 아쉬움을 안고 九九萬多福(구구만다복)을 나섰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전혀 헛헛하지 않았다.

궁금했던 '동아차'의 실체도 확인했고, 달콤 쌉싸름한 월병 한 조각 덕분에 멀리 베이징에 있는 옛 친구들과 함께했던 추석의 소중한 추억을 다시금 꺼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이색적인 중화권 디저트와 함께 명절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공간이다.

 

 

 

 

 

[방문 정보]

위치:

구구만다복 인천 제물포구 차이나타운로 40

영업시간: 10:00 ~ 21:00 (연중무휴 / 현장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연락처: 032-772-8888 (또는 매장 대표번호)

주요 메뉴: 각종커피, 및 음료, 수제 월병(오인, 팥, 대추 등), 대만식 전통 디저트 수십 종

                특색메뉴:  대만 국민 음료 동아차(동과차), 

매장 특징:

1층: 개방형 테이크아웃 및 디저트 진열 공간

2층: 적벽돌 앤틱 인테리어, 차이나타운 거리가 보이는 테라스 석 (약 30석 / 대형 소파석 보유)

 

이용 꿀팁 (추천 조합):

동아차(동과차)는 특유의 달콤한 당밀 향이 매력이므로 시원한 '아이스(냉차)'로 주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고소함이 강한 오인 월병은 단 음료보다는 녹차, 우롱차, 깔끔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드시면 풍미가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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