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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미인차와 오렌지색 차탕
대만 동방미인차

 

대만 여행을 떠올리면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날까요? 야시장과 길거리 음식, 다양한 식도락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차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대만 여행에서 꼭 한 번 맛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차가 있습니다.

바로 우롱차의 하나인 동방미인(東方美人, Oriental Beauty Tea)입니다.

오래전부터 만나고 싶었던 ‘미인’

저와 동방미인의 인연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중국 샤먼에 사는 친구 덕분에 우롱차 가운데 먼저 무이암차인 대홍포(大紅袍)를 알게 되었고, 그 무렵 대만에는 ‘동방미인’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우롱차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름부터 마음을 끌었습니다.

‘언젠가 대만에 가면 꼭 현지에서 마셔봐야지.’

그렇게 생각한 지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지난해 7월 출장차 드디어 대만을 찾게 되었습니다.

타이중에서 업무 일정을 마치고 처음 찾아간 곳은 일월담(日月潭)이었습니다. 해발 약 750m에 자리한 아름다운 호수입니다.

경치도 좋았지만 제 마음 한편에는 다른 기대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미인’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친구에게 차 한잔 사달라고 했더니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先得月이라는 찻집으로 안내했습니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동방미인을 주문하려는데 직원이 이곳에서는 현지 홍차를 권한다고 했습니다.

의아해하는 저에게 친구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대만에는 좋은 차가 워낙 많아 지역마다 특색이 있네. 여기서는 홍차를 마시고, 자네의 ‘미인’은 타이베이에 가서 만나게 해주겠네.”

그날의 아쉬움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타이베이에서 드디어 만난 동방미인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전통목조 건물에 자리 잡은 
八拾捌茶輪番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식목조건물-八拾捌茶輪番所

 

다음 날 타이베이 시먼딩 인근에 있는 八拾捌茶輪番所를 찾았습니다. 이곳은 1924년에 지어진 옛 서본원사의 일본식 목조건물을 활용한 차 문화공간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토록 기다리던 동방미인을 처음 만났습니다.

직원이 정성스럽게 차를 우려주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날 제 눈에는 차를 우리는 우아한 솜씨보다 찻잎과 찻물 자체가 더 먼저 들어왔습니다.

첫눈에 반했습니다.

찻잎에는 흰색과 녹색, 노란색, 붉은색, 갈색이 어우러져 있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린 싹의 흰 솜털인 백호(白毫)도 보였습니다. 차탕은 맑고 아름다운 오렌지빛을 띤 붉은색이었습니다.

향에서는 천연의 꿀향과 잘 익은 과일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 섬세하게 퍼졌습니다.

맛은 진하면서도 둥글고 부드러웠습니다. 제가 대홍포에서 느꼈던 묵직하고 깊은 암운(岩韻)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습니다. 떫은맛은 강하지 않았고, 차를 삼킨 뒤에도 꿀과 과일을 연상시키는 달콤한 여운이 입안에 오래 남았습니다.

함께 나온 담백하고 살짝 달콤한 다과도 좋았습니다. 차의 맛을 가리지 않고 조용히 옆에서 받쳐주는 조연 같았습니다.

동방미인은 왜 꿀향이 날까?

동방미인은 대만을 대표하는 발효도가 높은 우롱차로, 백호오룡(白毫烏龍), 팽풍차(膨風茶), 오색차(五色茶) 등 여러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이 차의 특별함은 차밭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어린 찻잎이 작은 곤충인 소록엽선(小綠葉蟬)의 흡즙을 받은 뒤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찻잎을 이용해 특별한 제다 과정을 거치면서 동방미인 특유의 천연 꿀향과 익은 과일향이 나타납니다.

주요 산지는 신주(新竹)의 베이푸·어메이와 먀오리 지역을 비롯해 타오위안 룽탄, 신베이 스딩 등입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그날 느꼈던 꿀향과 과일향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었습니다.

대만 여행에서 꼭 한번 만나보시길

차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마셔본 동방미인은 색과 향, 맛 가운데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아름다운 차였습니다. 무엇보다 맛이 둥글고 부드러워 우롱차를 처음 접하는 분도 비교적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오랫동안 이름만 알고 있었던 ‘동방의 미인’을 대만에서 직접 만나고 나니 왜 이런 아름다운 이름이 붙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대만을 여행하신다면 야시장과 맛있는 음식만 만나고 돌아오지 마십시오.

잠시 찻집에 앉아 동방미인 한 잔을 천천히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여러분도 저처럼, 뒤늦게 만난 ‘미인’에게 첫눈에 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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