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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피어오르는 녹차, 청자다기-다호 그리고 찻잔
금방 우린 녹차 및 청자다기-다호, 찻잔

30년 전, 베이징에서 마신 한 잔의 용정차가 가르쳐 준 것 - 처음 만난 녹차의 향

 

녹차를 맛있게 우리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하니, 문득 내가 처음 차를 접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벌써 30여 년 전의 일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 여름, 베이징 출장 중 현지인의 초대로 왕푸징(王府井)에 있는 한 찻집을 찾게 되었다.

그날 베이징은 숨이 막힐 정도로 무더웠다. 솔직히 시원한 탄산음료나 얼음물 한 잔이 간절했다. 그런데 내 앞에 놓인 것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녹차 한 잔이었다. 바로 중국을 대표하는 명차, 용정차(龍井茶)였다.

손님으로 초대받은 입장이었기에 조용히 찻잔을 들었다.

잠시 후 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請品茶(청품차)」

우리말로는 “어서 차를 드십시오.” 정도로 번역할 수 있지만, 문자 그대로는 “차의 맛을 음미해 보십시오.”라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일상적으로는 "請喝茶(차를 드세요)"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지만, 격식을 갖춘 자리에서는 "請品茶"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여기서 품차(品茶)의 ‘품(品)’ 자는 ‘음미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무리 작은 찻잔이라도 단숨에 마시는 것이 아니라 세 번 정도 나누어 마시며 향과 맛, 그리고 여운까지 천천히 즐기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첫 모금을 마셨다.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뜨거운 차였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맑고 부드러웠으며 은은한 단맛이 입안에 오래 남았다.

그 한 잔의 차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자연스럽게 차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같은 녹차인데 왜 맛이 다를까?

하지만 집에서 직접 녹차를 우리기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한 고민이 생겼다.

분명 같은 찻잎을 사용했고, 같은 물을 사용했는데도 어떤 날은 달콤하고 청량한 맛이 나고, 또 어떤 날은 쓰고 떫어 마시기 어려웠다.

맛이 늘 일정하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녹차는 발효하지 않은 차이기 때문에 우리는 온도와 시간에 매우 민감한 차였다. 마치 섬세한 예술가처럼 작은 차이에도 풍미가 크게 달라졌다.

결국 좋은 녹차를 만드는 것은 좋은 찻잎만이 아니라 어떻게 깨우느냐에 달려 있었다.

녹차 맛을 결정하는 세가지 성분

맛있는 녹차를 우리려면 먼저 녹차 속 성분을 간단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① 카테킨(Catechin)

녹차 특유의 떫은맛을 만드는 성분이며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한다.

특히 EGCG는 녹차의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으로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다.

② 카페인(Caffeine)

은은한 쓴맛을 내며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성분이다.

③ 아미노산(Theanine 등)

녹차의 감칠맛과 부드러운 단맛을 만들어 준다.

결국 좋은 녹차의 맛은 떫은맛, 쓴맛, 감칠맛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이 균형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수온과 우림 시간이다.

녹차는 왜 뜨거운 물에 쓰게 될까?

예부터 녹차는 끓는 물로 바로 우리면 맛이 거칠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과학적으로도 그 이유가 확인되고 있다.

높은 온도(85~95℃)

높은 온도에서는 카테킨과 카페인이 빠르게 추출되어 진한 맛과 높은 항산화력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수온이 너무 높으면 EGCG와 같은 일부 카테킨이 변화하면서 쓴맛이 더욱 강해지고 부드러운 향미는 줄어들 수 있다.

중간 온도(70~80℃)

고급 녹차인 용정차나 우전 녹차는 보통 이 온도를 가장 많이 권장한다.

낮은 온도에서는 떫은맛은 줄고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상대적으로 잘 살아나기 때문에 훨씬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시간도 맛을 결정한다.

수온만큼 중요한 것이 우림 시간이다.

너무 짧으면 향과 맛이 충분히 우러나지 않고,

너무 오래 우리면 쓴맛과 떫은맛이 강해진다.

적절한 우림 시간은 찻잎의 품종과 크기, 찻잎의 양, 수온에 따라 달라진다. 3분은 일반적인 녹차를 우릴 때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며, 여린 잎이나 잘게 부서진 찻잎은 더 짧게 우려도 충분하다. 우림 시간이 길어질수록 카테킨과 카페인 등의 추출량이 늘어 쓴맛과 떫은맛이 강해질 수 있으므로, 맛을 보며 조절하는 것이 좋다.

녹차를 맛있게 우리는 황금 법칙

① 물의 온도

80~85℃를 권장한다.

온도 조절 주전자가 없다면 끓인 물을 찻잔이나 머그컵에 먼저 부어 약 3~5분 정도 식힌 뒤 사용하면 된다.

② 우림 시간

처음에는 1~3분 범위에서 시작하고, 찻잎의 특성과 자신의 취향에 따라 조절한다.

③ 물과 찻잎의 비율

찻잎 3g에 물 150ml 정도(약 1:50)가 가장 무난하다.

④ 찻도구

찻잎이 계속 물에 잠겨 있으면 맛이 쉽게 변한다.

가능하면 찻잎과 찻물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는 주전자나 개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⑤ 몇 번까지 우려 마실까?

일반적으로 2~3회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향과 감칠맛은 줄어들기 때문에 두 번째와 세 번째 우림에서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주면 된다.

맺음말

30여 년 전 베이징에서 마셨던 한 잔의 용정차는 내게 차 한 잔이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좋은 차는 좋은 찻잎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수온과 시간, 그리고 조금의 기다림이 더해질 때 비로소 녹차는 가장 아름다운 향과 맛을 보여 준다.

오늘 소개한 방법이 여러분의 찻잔에도 작은 변화를 가져다주기를 바란다.

차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 속에서 녹차 본연의 맑은 향과 깊은 감칠맛을 오래도록 즐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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